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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현대인의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 4부작’

오혜재

20세기의 포문을 연 것은 불안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앞다투어 등장하는 신기술, 도시의 급성장을 목도한 인류는 전대미문의 심리적 불안과 충격, 스트레스를 겪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 등정신병리 현상에 대한 연구가 등장한 것은 불안이 잠식한 현대사회에서 필연이었다. 20세기 미국 단편소설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작가 레이먼드 카버의 삶은 불안으로 점철되었다. 파산과 빈곤, 알코올 중독과 가정 불화가 한평생 그를 흔들었다. 집필은 고단한 인생에서 사그라들 줄 모르는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그의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카버의 단편 소설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은 매일밤 불안에 시달리는 한 부부의 이야기다. 매일 새벽 3시에 누군지 알 수 없는 ‘버드’를 찾는 여자의 전화가 부부를 불안케 한다. 잘못 걸려온 전화로 잠을 설치는 부부가 나누는 병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도 불안을 촉발시킨다. 여기에 아내의 꿈자리까지 사나워서 괴롭다. 아내는 꿈에 전 남편이 등장해서, 남편은 아내의 꿈에 자신이 부재해서 불안하다.



배상순 작품 전시 전경 ⓒ 촬영 오혜재


카버의 동명 소설을 차용한 전시 《누가 이 침대를 쓰고 있었든》(2023.12.22-1.27, 아트코너H)은 불안을 주제로 한 작가 4인의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회화, 사진, 설치 등 다양한 소통 창구를 통해 이들은 현대의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불안감을 각자의 시각에서 관객들과 공유한다. 매일 누웠다 일어나는 누군가의 침대처럼, 앞으로도 불안은 우리네 일상에 드리워진 그림자로 잔존할 것이다. 동시에 소설에서처럼, 현대인들은 매일 아침 커피와 주스를 마시고 잉글리시 머핀을 먹은 다음, 차를 몰고 일터로 향하면서 불안을 묵묵히 감내할 것이다. 그렇게 이 전시는 ‘불안 4부작’을 따뜻하게 매듭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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